고려대 국어국문학과, 2023 수능 도산십이곡 해석
2023.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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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이지수능교육 서포터즈 @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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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합격빌리지 22번지에 살고 있는 '먕이'입니다. 다들 새학기 잘 즐기고 계시나요? 곧 있을 3월 모의고사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친구들도 있을 거예요. 아마 많은 친구들이 국어 공부를 할 때 고전시가에 어려움을 느낄 텐데요, 그래서 오늘은 2023학년도 수능 국어에 출제된 이황의 <도산십이곡>을 시험장에서 마주했다고 생각하며 알기 쉽게 해석해보려고 해요. 그럼 바로 시작해볼까요?

 

| 도산십이곡 해석

 

<도산십이곡>은 총 12수로 이루어진 연시조이고, 자연과 학문을 주요한 소재로 사용했어요. 제1수~제6수에서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생활에 대한 감흥을, 제7수~제12수에서는 학문의 즐거움에 대해 말하고 있죠. 수능에는 제1수, 제2수, 그리고 제6수가 출제되었기 때문에 모두 자연에 관한 내용임을 알 수 있어요. 주요한 소재가 무엇인지만 알아도 고전시가의 내용을 파악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답니다. <도산십이곡>처럼 정형화된 시조의 경우 주제가 한정적이기 때문이에요. 자연이 주요한 소재라면 자연 속에서 사는 삶의 즐거움이나, 자연 속에서 살고 싶은 마음 등이 주제가 되는 식이죠. <도산십이곡>의 제1수, 제2수, 그리고 제6수도 자연 속에서 사는 삶의 즐거움을 노래하고 있어요.

 

또, <도산십이곡>의 특징 중 하나는 한자어가 많이 사용되었다는 것이에요. 한자를 많이 알면 고전시가의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쉽겠지만, 고전시가에 사용된 모든 한자를 우리가 다 알기는 어렵죠. 그렇다고 한자어를 아예 빼고 작품을 읽으려고 한다면 작품의 내용이 무엇인지 파악하기가 힘들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작품에 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를 이용하면서, 우리가 아는 한자만 가지고 한자어의 대략적인 내용을 추측해야 해요. 

 

| 도산십이곡 보기

지문을 살펴보기 전에는 꼭 <보기>가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데요, 24번에 <보기>가 제시되어 있네요.


<보기>를 읽어보면 <도산십이곡>에서 강호는 자연의 이치와 인간이 지향하는 이치가 일치된 이상적 공간이고, 화자는 조화로운 자연과 합일한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어요. <보기>까지 확인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지문을 살펴볼까요? 형식적인 특징이 나타나는 부분은 분홍색으로, 내용적으로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연두색으로 표시했어요.
 
 
| 도산십이곡 1수

 

 
먼저 제1수에서는 ‘~하료’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눈에 띄네요. 제1수의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연두색으로 표시한 한자어의 내용을 알아야 하는데요, 아마 이 여덟 개의 한자를 모두 아는 친구들은 거의 없을 것 같아요. 우선 ‘초야우생(草野愚生)’의 경우, 풀 초(草)와 날 생(生)은 다른 두 글자에 비해 알기 쉬울 것 같네요. ‘풀’과 ‘살다’라는 한자, 그리고 우리가 <보기>에서 파악한 정보를 고려했을 때, 초야우생은 왠지 자연에서 사는 것, 또는 자연에서 사는 사람을 가리킬 것 같지 않나요?
 
다음으로 우리가 파악해야 하는 한자어는 ‘천석고황(泉石膏?)’인데요, 여기서 거의 대부분의 학생이 알 것 같은 한자는 돌 석(石)밖에 없는 것 같네요. 샘 천(泉)까지 아는 친구들도 있겠지만, 이것만으로는 천석고황의 전체적인 뜻을 아는 것이 어려워 보여요. 이럴 때는 너무 당황하지 말고, 지금까지 파악한 것들만 조합해 작품의 전반적인 내용을 확인하면 돼요.
 
제1수는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 자연 속에 사는 것 (또는 자연 속에 사는 사람)이 이런들 어떠하리 / 하물며 천석고황을 고쳐 무엇하리’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네요. ‘하물며’라는 단어를 고려했을 때, 자연 속에서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사는 상황에서, 천석고황은 굳이 고칠 필요가 없는 것이겠구나, 까지 생각할 수 있다면 천석고황의 정확한 뜻을 모르더라도 작품을 다 파악한 것이나 다름없어요.
 
 
| 도산십이곡 2수
그럼 제2수를 볼게요.

우선 초장에서 ‘~로 ~삼고 ~로 ~삼아’의 문장 구조가 눈에 띄네요. 내용을 살펴볼까요? 연하로 집을 삼고 풍월로 벗을 삼는다고 했는데, 연하(烟霞)에는 우리가 알기 쉬운 한자가 없네요. 풍월(風月)은 많은 고전시가에 등장한 글자들인 만큼 다들 아실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럼 초장의 내용은 연하라는 것을 집으로 삼고 바람과 달을 벗으로 삼는다는 것이 되겠네요. 바람과 달을 실제로 벗으로 삼을 수는 없지만 풍월을 벗으로 삼았다고 하니, 연하도 무엇인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실제로 집으로 삼을 수 없는 자연물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연은 안개, 하는 노을을 가리키는 한자이니까 실제로 집으로 삼을 수는 없는 자연물인 것이 맞아요. 그렇지만 구체적인 뜻을 몰라도 대략적인 작품 내용은 파악 가능하다는 것, 이제는 이해가 되시죠?
 
중장과 종장에는 다행히 어려운 한자어가 없어요. 중장은 태평성대에 병으로 늙어 간다는 내용이, 종장에는 허물만 없기를 바란다는 내용임을 쉽게 알 수 있죠. 중장은 화자의 현재 상태가, 종장은 화자의 바람이 담겨 있다는 것도 파악할 수 있어요.
 
 
| 도산십이곡 6수
다음으로 제6수를 살펴볼까요?

 

 

 

제6수에서도 초장의 문장 구조가 눈에 띄네요. ‘~에 ~하고 ~에 ~라’의 구조인데요, 제6수의 초장처럼 한자어가 많이 있는 구절에서는 이렇게 규칙적인 문장 구조가 내용 파악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어요. 한자어를 살펴볼까요? 우선 춘풍(春風)은 봄바람, 추야(秋夜)는 가을밤이죠. 화만산(花滿山)과 월만대(月滿臺) 중 많은 친구들이 알 법한 한자는 꽃 화(花), 산 산(山), 그리고 달 월(月) 정도가 있겠네요. 한자를 많이 아는 친구들은 찰 만(滿)까지도 알 것 같아요. 그러면 우리가 아는 한자들만 이용해 초장을 해석해볼까요? ‘봄바람에 산에 꽃이 가득 차고 가을밤에 달빛이 대(臺)에 가득 찬다’ 정도가 되겠네요.

 

중장을 볼까요? ‘사시 가흥(佳興)이 사람과 한가지라’ 라고 되어 있네요. ‘사시’는 사계절을, ‘가흥’은 아름다운 흥취를 나타내지만 사시와 가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라도 ‘사시 가흥’이라는 게 사람과 한 가지, 즉 사람과 일치한다/사람과 하나다/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고 화자는 생각하는구나! 라고 파악하면 돼요. 고전시가를 읽을 때는 이렇게 대략의 뉘앙스만 파악해도 되는 경우가 많으니 정확한 하나의 뜻을 모른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마지막으로 종장을 볼게요. ‘하물며 어약연비(魚躍鳶飛) 운영천광(雲影天光)이야 어느 끝이 있으리’라고 되어 있죠? 이번에도 한자어가 많네요. 보통 네 글자 한자어는 둘씩 끊어서 앞의 둘, 뒤의 둘을 각각 묶어서 해석하는 경우가 많아요. (100프로 이렇지는 않다는 점 주의하세요!) 어약연비와 운영천광에서 많이 알 법한 한자는 물고기 어(魚), 날 비(飛), 구름 운(雲), 하늘 천(天), 빛 광(光) 정도가 있을 것 같네요. 이 한자들을 쭉 보았을 때, 다 자연물 또는 자연물의 움직임과 관련된 한자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지 않나요? 제6수의 초장과 중장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고, 종장에서 ‘하물며’라는 단어가 사용되었으니 어약연비와 운영천광을 자연물의 모습이라고만 해석해도 크게 어색하지 않을 것 같죠? 그러면 종장은 ‘하물며 자연물의 이런 모습(어약연비하고 운영천광하는 모습)이야 어느 끝이 있으리’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네요.

 

| 도산십이곡 해석TIP

<도산십이곡>처럼 한자어가 많이 나오는 고전시가는 읽었을 때 당황스럽고, 내용을 파악하기가 어려울 수 있어요. 그렇지만 모든 단어를 정확히 파악하려고 하기보다는 작품에 관해 아는 내용과 작품이 전반적으로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등을 고려하며 아는 한자만 가지고 앞뒤 내용과 연결시켜 해석해본다면 완벽하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의 해석은 충분히 가능하답니다.

 

 

오늘은 2023학년도 수능에 출제된 이황의 <도산십이곡>을 해석해 보았는데요, 고전시가를 어려워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요. 이번 3월 모의고사를 비롯해 고전시가가 발목을 잡는다면 부족한 부분만 골라서 보충할 수 있는 이지수능교육의 이지웨이 프로그램도 있으니까 참고하시면 좋겠네요. 지금까지 합격빌리지 22번지 합격생 '먕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