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생을 위한 마음 다잡기
2022.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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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
이지수능교육 서포터즈 @유리
칼럼 KEYWORD

수시반수계열적합우보만리

안녕하세요,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 22학번 이지수능교육 서포터즈 잉코의 유리입니다. 4월 모의고사가 끝나고 어느덧 수능까지 150일 남짓 남았네요. 제가 반수를 해본 입장에서 말을하자면, 재수생들은 수능을 향하여 열심히 달리다가 문득 SNS에 올해 대학에 들어간 친구의 근황을 보면 괜스레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 감정이 공부에 대한 열의를 불태우는 자극제가 될 수 있지만, 나중에는 SNS에서 행복하게 웃고 있는 친구와 힘들게 공부하는 자신을 비교하면서 자괴감에 빠지게 되고 무기력해지는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재수생들은 올해는 무조건 자신이 목표로 설정한 대학에 들어가야 한다는 막중한 부담감을 안고 있습니다. 때문에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꾸준히 공부를 이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지만, 한 번 회의감이 들면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칼럼에서는 제가 어떻게 재수 생활동안 마음을 다잡았었는지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저는 건강한 정신을 기르기 위해서 먼저 공부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요소를 제거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3학년 2학기 때 어느 순간 무기력 해져서 공부를 소홀히 했습니다. 후회없이 공부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대학에 다니면서도 아쉬움에 사로잡혀 우울한 날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후회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아 반수를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반수를 결정한 배경에는 또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이는 그 친구들의 노력을 폄하하는 안일한 생각이었지만, 중학교 때, 또는 고등학교 때 자신보다 덜 노력했다고 생각했던 친구들이 어느 순간 나를 뛰어넘은 것을 봤을 때 느끼는 엄청난 열등감이 반수를 결심하는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공부는 ‘내가 저 친구보단 잘해야 해.’와 같은 경쟁이 아니라 오늘의 내가 기존의 나, 어제의 나를 뛰어넘는 자신만의 싸움입니다. 열등감에 사로잡혀 지금의 나를 합리화하기 싫었기 때문에 모든 SNS를 삭제했습니다. 강제적인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결국 제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방해요소를 제거하더라도 자신과의 싸움에서 항상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혼자서 공부하다 보면 간혹 자신이 올바른 방향으로 공부하는지, 이전보다 실력이 더 향상되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막막함을 느끼면 그런 기분이 풀릴 때까지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저는 이런 의문이 드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전략이라고 소개하면 유치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저는 후술할 전략을 이용해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습니다. 바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기’ 전략입니다. 이 전략은 학습 플래너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하루의 일과를 모두 완수하는데 초점을 맞춰 공부했습니다. 일일 학습 플래너를 작성하면서 하루의 반성과 다짐을 적었습니다. 하루의 반성과 다짐을 적을 때, 내가 학습했던 것을 돌아보는 학습적 측면과 학습 외 교우 관계나 공부 환경, 숙소 청소 등 생활 측면으로 나누어 오늘 하루를 보내며 어떤 감정을 느꼈고, 앞으로 어떻게 행할 것인지 등을 간략하게 기록했습니다. 저는 특히 학습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춰 플래너를 작성했습니다. 일일 플래너를 작성할 때 하루 종일 자리에 앉아 있어야 완수할 만큼의 분량을 공부하기로 계획하고, 계획한대로 이행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오늘 내가 공부한 과목에 대해 느낀 바와 앞으로 보완해야 할 것, 다음에 공부할 것 등을 적었습니다.

 

보통 예상치 못하게 소요되는 시간까지 고려하지 않고 최대한 자리에 앉아서 공부하게끔 계획을 세우다 보니 목표했던 것만큼 공부한 날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 플래너의 하루의 반성과 다짐은 보통 ‘앞으로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자,’ ‘오늘 완수하지 못한 것들은 다음 날 마저 다 완성해보자’와 같은 말이 대부분입니다. 눈앞의 계획을 실천하는데 정신을 쏟다가 하루가 끝나는 날이 많아지니 어떻게든 단 하루라도 자신이 짠 계획을 완수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렇게 코앞에 닥친 계획을 이행하는데 열중하다 보니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내가 가는 길에 대한 걱정 등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간혹 내가 달려온 길에 대한 회의감이 들거나 바쁜 일정에 압도되어 공부에 싫증이 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그럴 때마다 잠깐 공부하던 것을 멈추고 그동안에 작성했던 플래너를 봤습니다. 처음 작성할 때 어떤 마음을 가졌었는지, 얼마나 공부했는지, 어떻게 공부해왔는지 등을 보면서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왔다는 위안을 받을 수 있었고 앞으로도 끝까지 열심히 달릴 거라고 다짐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갑자기 하던 공부를 멈추고 플래너를 보느라 그런 날은 목표했던 계획을 다 완수하지 못해 결국 다음 날로 미루게 되었지만, 결국 마음을 바로잡고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평소에 공부할 때는 자신의 실력이 늘었는지 객관적으로 점검하기 쉽지 않아 그로 인해 생기는 불안함과 두려움은 실력의 척도를 측정할 수 있는 모의고사를 통해 어느정도 해소될 수 있습니다. 저는 열심히 공부했는데 막상 모의고사 성적이 좋지 않아 맥이 탁 풀린 경험이 있습니다. 재수생들은 고등학생들보다 수험 생활을 더 보내기 때문에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큽니다. 그래서 모의고사를 볼 때마다 항상 좋은 성적을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습니다. 사설 모의고사를 응시할 때는 덜한 편이지만, 많은 재수생들은 교육청 모의고사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출제하는 모의고사를 응시하고 일희일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루 내내 모의고사를 응시했는데 자신이 기대했던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당일 내내, 또는 그 주 내내 풀이 죽고 무기력 해집니다. 저도 수능을 앞두고 10월, 11월에 많은 재수생들이 응시하는 사설 모의고사를 풀었는데 제가 생각했던 제 실력만큼의 성적에 미치지 못해 매우 우울했고 힘들었습니다. 저는 중요한 모의고사를 응시한 당일에 위 사진처럼 피드백을 작성했습니다. 모의고사를 보고 흔들린 마음을 피드백을 통해 다잡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피드백에는 모의고사를 응시한 날에 발생했던 실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면 왜 그랬는지, 시간관리는 어떻게 했는지 등을 기록하고, 이러한 것들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추후 학습계획을 설정했습니다. 전체적인 소감에는 보통 반성을 적었는데, 수능이 다가올수록 반성보다는 자가최면에 가까운 다짐을 적었습니다.

 

 

위 사진은 수능을 2주 앞두고 본 모의고사인데, 전체적인 소감에 ‘액땜이다. 너는 할 수 있다. 나는 실전에 강하다. 끝까지 해보자.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자.’라고 다짐을 적었습니다. 책상 한 켠에 붙이고 아침에 혹은 하루 일과가 종료될 때 계속 저 다짐을 속으로 되뇌었던 기억이 있어요. 마치 주문을 읊는 것처럼, 긍정적인 마음 다짐을 반복하면서 부정적인 생각이 들지 않도록 자기 자신에게 최면을 걸었습니다.

 

정리하자면, 저는 평소에 공부를 하면서 느끼는 막막함과 불안함은 그런 고민을 할 겨를조차 주지 않기 위해 빡빡하게 하루 일과를 계획하여 완수하고자 했고, 모의고사를 응시하고 드는 좌절감과 실망은 피드백을 작성하면서 자신에게 긍정적인 암시를 걸어 극복하고자 했습니다. 고등학생일 때는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친구와 공유하면서 해소할 수 있었지만, 재수생은 하루 종일 친구들과 생활해야 하는 고등학교와 같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없어 스트레스를 속으로 삭히는 것 같아요. 공부를 하면서 지칠 때는 나에게 귀 기울여주고 나를 위로해줄 수 있는 친구와 만나 회포를 푸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목표한 대학을 가기 위해 재수학원을 찾아보고 공부한다는 강박적인 생각보다는 후회없이 최선을 다해 공부하겠다는 마음으로 임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