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에 반드시 나온다! 수능 출제 예상 작품 분석, 당신의 허위를 날카롭게 찌르다 '이춘풍전'
2021.10.19
+
이지수능교육  국어영역 실장
@효정

 
 
안녕하세요. 오늘은 9월 모의고사에 출제되었던 배비장전'과 비슷한 '이춘풍전'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배비장전'에서는 제주도에 부임한 배비장을 통해 양반의 허세를 꼬집고 있다면 '이춘풍전'에서는 남편의 허위의식을 꼬집는 아내의 모습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두 작품 모두 위 있는 대상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하여 웃음을 유발하는 풍자의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오늘은 조선 후기 서민 문화를 주도했던 ‘풍자’와 ‘해학’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펴보고, '이춘풍전'의 주제와 내용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학생들에게 풍자와 해학을 구분해 이야기해 보라고 하면 제대로 답하는 학생은 10에 1도 채 되지 않습니다. 웃음을 유발한다는 공통점에 대해서만 언급할 뿐 차이점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합니다. 두 기법의 차이는 웃음의 대상으로 누구를 설정하느냐에 있습니다.
 
풍자는 자신보다 지위가 높은 권위 있는 인물을 웃음의 대상으로 반면, 해학에서는 자신보다 낮은 위치에 있는 인물을 웃음의 대상으로 삼습니다. 가끔 학교에서 선생님들의 말투나 행동을 따라 하는 친구들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학생들 사이에서 평판이 좋지 못한 선생님을 우스꽝스럽고 과장되게 흉내 낼수록 그 즐거움은 커지게 됩니다.
 
이는 풍자의 기법 안에 웃음과 비판 의식이 함께 있기 때문입니다. 수업 시간에는 선생님 앞에서 혼이 날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겠지만, 선생님을 흉내 내는 친구를 보며 평소 억압되어 있던 마음이 해소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반면, 해학은 흥보네 집을 묘사하는 부분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흥보는 찢어지게 가난하지만 매우 좁은 집에서 여러 명의 가족들과 함께 살아갑니다. 판소리 사설에서 흥보가 아내와 집에 눕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머리와 다리가 벽 밖으로 삐져 나간다고 묘사됩니다. 머리와 다리가 벽 밖으로 나갈 정도로 좁은 집의 모습은 우스꽝스럽게 표현되지만, 그 안에는 흥보네 집에 대한 연민의 정서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살펴본다면 풍자에는 웃음과 비판이, 해학에는 웃음과 연민이 들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춘풍전'은 권위 있는 대상인 가부장을 웃음의 대상으로 삼고 있기에 해학보다는 풍자가 두드러지게 등장합니다.
 
 
'이춘풍전'에서 남편을 위기에서 구하고 올바른 길로 이끄는 인물그의 아내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이춘풍은 넉넉한 집안에서 자란 철없는 도련님으로, 가정을 돌보지 않고 부모가 남긴 재산마저 탕진하고 맙니다. 아내는 갖은 노력을 통해 집안을 다시 일으켜 세우지만,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이춘풍은 장사를 하겠다며 평양으로 떠납니다. 평양에서 이춘풍은 기생 추월에게 빠지게 되고, 가지고 간 재산을 탕진하고 결국 기생집의 하인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한편, 한양에서 남편을 기다리던 아내는 춘풍의 소식을 듣게 되고, 그를 구하기 위해 평양으로 떠납니다. 이때 고전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남장 모티프가 등장합니다. 아내는 꾀를 내어 비장(조선시대 감사·절도사 등 지방관이 데리고 다니던 참모)으로 신분을 위장하고 남편을 구하러 갑니다. 결국 추월에게 빼앗긴 돈을 모두 되찾고 춘풍은 개과천선을 하게 됩니다. 이후 둘은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이춘풍전'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평양에서 돌아온 이춘풍이 비장의 모습을 한 아내를 알아보지 못하는 장면입니다. 아내는 한 번 더 비장의 모습으로 남편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죽을 끓여 오라고 명령하죠. 비장에게 혼이 났었던 춘풍은 아내에게 죽을 끓여 오라고 명령하지만 아내가 나타날 리 만무합니다.
 
결국 춘풍은 직접 죽을 끓이지만 집안일을 해본 적 없었기에 어설프기 짝이 없습니다. 아마도 당대 독자들은 그동안 아내에게 권위적인 태도를 보이며 가장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춘풍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며 통쾌함을 느꼈으리라 생각됩니다. 혹시 여러분들 주변에도 권위로써 여러분들을 억압하려는 사람들이 있나요? 춘풍의 망가지는(?) 모습을 보며 여러분들도 대리만족을 느꼈으면 합니다.
 
 

 
풍자 소설을 이해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한 나라의 언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 나라의 개그코드를 이해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조선시대는 현재와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릅니다. 사용하는 어휘도 다르고 사회문화적 맥락도 다릅니다. 풍자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내포된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여러 번 반복해 읽으며 글의 내용을 이해하고자 노력해 봅시다.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습니다. 수능까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모두 건강 관리에 유의하기 바라며 오늘의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