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영혼의 사랑, '하생기우전'을 알아보자
2021.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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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수능교육  국어영역 실장
@효정

이제 곧 방학이 끝나고, 9월 모의고사가 치러집니다. 수능특강과 수능완성에 실린 작품들은 잘 살펴보았나요? 문학 작품 중에서 고전시가와 고전소설은 다수의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사용되는 어휘가 생소하기도 하고, 주제나 내용이 현대와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들 작품을 낯설게 느낍니다. 하지만 고전 작품은 주제별로 유형화하고, 작품 속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는 모티프들을 숙지하고 있다면 현대문학 작품에 비해 쉽게 풀어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오늘 살펴볼 '하생기우전'도 제목은 낯설지 모르지만 그 내용은 익숙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생기우전'과 함께 살펴볼 수 있는 작품에는 '만복사저포기'가 있습니다. 이 두 작품은 인간과 귀신의 사랑을 다루고 있는 점, 저승을 배경으로 소설이 전개된다는 점, 여자 주인공이 건넨 물건을 통해 그녀의 가족과 만난다는 점에서 그 공통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만복사저포기'에는 양생과 아름다운 처녀가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하생기우전'에는 하생이라 불리는 총각과 한 절세가인의 사랑을 다루고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 양생과 여인은 이승과 저승이라는 공간적 한계로 인해 이별하게 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혼령이었던 여인이 이승에서 되살아남으로써 두 주인공은 부부의 연을 맺고 행복하게 사는 결말로 마무리됩니다.

 

하지만 하생과 여인이 부부가 되기까지 고단한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를 혼사장애모티프라고 합니다. '춘향전', '금방울전' 등 대다수의 고전소설에는 이러한 갈등이 등장합니다. TV에서는 방영되는 소위 막장 드라마에도 이런 혼사장애는 늘 등장합니다. 반복되는 요소이기에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런 요소들이 없다면 이야기가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비단 드라마뿐 아니라 여러분들이 즐겨보는 웹툰이나 웹 소설에도 두 주인공이 연인으로 맺어지기까지 수많은 고난이 발생합니다.

 

두 주인공이 맺어지기까지 발생하는 이러한 갈등은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줄 뿐 아니라 둘의 사랑을 더욱 아름답고 고귀한 것으로 보이게 합니다. 만약 이런 고난과 갈등 없이 주인공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면 그 이야기는 우리에게 아무런 감동도 즐거움도 줄 수 없습니다. '하생기우전'에서는 여인의 아버지가 둘의 결혼을 반대하면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여인의 집은 명문가이지만, 하생은 한미한 집안의 자제입니다. 배경을 현대로 옮긴다면 여인은 부잣집 딸, 하생은 평범한 집안의 아들로 바꿔볼 수 있습니다.

 

 

여인의 아버지 입장에서는 별 볼일 없는 하생과 자신의 딸을 결혼시키고 싶지 않았을 것입니다. 자신의 딸을 살려준 것은 고마웠으나, 막상 결혼을 시키려고 하생의 뒷조사를 해 보니 자신의 집안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지요. 들어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이 달라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여인기지를 발휘합니다. 하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여인은 식음을 전폐합니다. 식사를 하지 않으니 여인의 부모 입장에서는 애가 탔을 것입니다. 결국 여인은 하생과의 결혼을 반대하던 부모의 뜻을 꺾고 하생과 결혼하게 됩니다. 교재에는 뒷부분이 실려 있지 않지만 무사히 혼사를 치른 둘은 행복한 가정을 꾸리게 됩니다.

 

 

지금까지 '하생기우전'을 살펴보았습니다. 해당 작품은 인간과 귀신의 사랑을 다룬 명혼 소설과, 혼사장애모티프가 등장하는 애정소설의 특징을 모두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고전소설을 공부할 때 무조건 문제를 풀기보다는 해당 작품을 어떻게 분류할 수 있을지, 나아가 어떤 특징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지를 폭넓게 공부한다면 고전소설을 바라보는 관점이 확장될 수 있을 것입니다. 수능 100일이 얼마 전이었죠?! 수험생 여러분 남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해 공부해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훗날의 후회보다는 훗날의 만족이 더 크길 바랍니다. 수험생 여러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