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 몬스터와 '구운몽'
2021.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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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수능교육  국어영역 실장
@효정

요즘 매드 몬스터라는 아이돌 그룹이 인기입니다. 매드 몬스터의 멤버는 탄과 제이호.  이들은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앨범과 관련된 여러 콘텐츠들을 업로드 합니다. 최근에는 이들을 둘러싼 논란을 해결하고자 매드타운의 대표인 대디까지 나선 일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등장하는 영상은 어딘가 부자연스럽습니다. 화면이 일그러져 있거나, 인물의 얼굴이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합니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원인은 원본 영상에 필터를 씌웠기 때문입니다. 매드 몬스터는 KBS 공채 개그맨이 연기하는 인물입니다. 이들은 패러디의 방식을 사용해 아이돌 그룹을 만들었습니다. 진짜 아이돌이면서 가짜 아이돌, 가짜 아이돌이면 진짜 아이돌인 이들의 모습은 과학기술의 발달로 원본과 복제품의 경계가 모호해진 현대 문화를 가시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가상의 인물을 연기함으로써 내면에 있는 욕망을 표출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매드몬스터가 필터를 용해 가상의 이미지를 만들어 새로운 자아를 만드는 것처럼, '구운몽'의 주인공 성진은 꿈을 통해 소유를 만들고 자신의 욕망을 실현합니다.

 

구운몽의 저자는 서포 김만중으로 어머니를 위해 이 소설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소설에는 유교, 불교, 도교 사상이 드러납니다. 유교의 충효 사상과 입신양명, 불교의 공사상, 도교의 신선 사상이 적절히 어우러진 소설입니다. 우리가 이 소설을 학습하며 가장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환몽구조’로 작품이 구성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현실과 꿈이 교차하는 구조로, 꿈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온 주인공은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그렇다면 '구운몽'의 주인공 성진이 꿈 속 세계에서 얻은 깨달음을 무엇이었을까요?

 

성진은 용궁연회에 다녀오던 길에 팔선녀를 만나게 됩니다. 절로 들어온 성진은 낮에 본 팔선녀 생각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벼슬에 나아가 이름을 떨치는 세속적 삶을 욕망하게 됩니다. 이는 불도에 어긋나는 일로, 성진은 육관대사에 의해 지상계에서 환생합니다. 소유로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된 그는,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팔선녀와 만나고, 전쟁에서 공을 세워 부귀공명을 누립니다.

 

성진의 욕망이 실현되는 공간은 , 매드 몬스터의 욕망을 실현시켜주는 도구는 필터라는 점에서 두 텍스트는 공통점을 지닙니다. 우리도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다른 세계로 여행을 떠나곤 합니다. 소설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등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내면의 결핍을 채우기 위한 무의식적인 행위들을 반복하죠.

 

 

 

 

 

 

꿈속에서 소유로 남부럽지 않게 살던 성진은 세속적인 부와 명예는 일시적인 것임을 깨닫습니다. 그 후 불가에 귀의하여 세속적 욕망으로부터 벗어나고자 노력하죠. 그때 그의 스승인 육관대사가 등장합니다. 육관대사는 도술로써 그를 꿈에서 깨어나게 합니다. 잠에서 깬 성진은 소유로서의 삶이 하룻밤의 꿈임을 깨닫고 세속적인 욕망의 덧없음을 깨닫습니다. 이러한 서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욕망의 끝은 허무함이라는 점입니다.

 

 

소유가 성진을 만나 진정한 자신과 만난 것처럼, 우리도 진정한 자신의 본질과 만나야 합니다. 환상은 우리의 욕망을 충족시킴으로써 삶을 이어나갈 힘을 주기도 하지만 욕망을 지나치게 추구하다 보면 본질을 잃고 방황할 수 있습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의 본질적인 모습을 파악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오늘은 매드 몬스터와 구운몽의 연결고리를 찾아 학생들이 쉽게 익힐 수 있는 칼럼을 준비했습니다. 재미있으셨나요? 다음에 또, 더, 재미나고 유익한 칼럼을 들고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