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원 이광수가 바라던 세계
2021.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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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수능교육  국어영역 실장
@효정

안녕하세요. 요즘 날씨를 보면 참으로 변덕스럽습니다. 날이 쾌청하게 맑고 따뜻하다가도, 갑자기 추워지고 비가 오는가 하면, 미세먼지로 숨을 쉬기 어려운 날도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도 날씨와 같아서 예측하기 어렵고 변하기 쉽습니다. 우리가 소설에서 만나게 되는 인물들도 내면의 갈등을 겪는 모습을 자주 보여줍니다.

 

이광수의 무정 속 형식도 영채와 선형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영채는 형식의 어린 시절 정혼자로 경성에서 지내던 형식을 찾아옵니다. 선형은 형식이 가정교사로 있는 김 장로집의 딸로 형식은 그녀에게 마음이 갑니다. 과거의 의리와 현재의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는 형식. 과연 그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한국 근대문학사에서 이광수만큼 문제적인 인물은 없습니다. 춘원이라는 호를 가진 그의 이력에서 눈의 띄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그가 애국계몽 운동을 주도했다는 점, 이후 친일파로 변절했다는 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일제 강점기 초기에 그는 1919년 도쿄에서 2.8독립 선언을 주도하고, 상하이 임시정부에도 참여하는 등 독립운동가의 길을 걷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1937년 친일 단체인 조선문인협회 회장이 되면서 친일파로서의 면모를 보이기 시작합니다. 황민화 운동을 지지하기도 하고, 창씨개명 정책에 대한 우호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누구보다 조선 민족의 계몽을 바랐던 그가 이렇게 바뀐 이유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제강점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길어지면서 민족이 계몽되어 잘 살기 위해서 일본에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듯합니다. 이런 행적에도 불구하고 이광수의 작품 무정을 배우는 이유는 이 작품이 한국 최초의 근대소설이기 때문입니다.

 

 

무정을 최초의 근대소설로 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가장 중요한 지점은 개인의 자유로운 감정을 소설 속에서 보여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근대 이전의 전통 사회에서는 서로 얼굴을 모르는 남녀가 부모의 요구에 의해 결혼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무정에는 ‘연애에 기초한 혼인’이 최초로 등장하고, 이를 민족 계몽까지 범위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즉, 연애를 통해 결혼하는 것은 개인 정신의 발현이고, 이런 개인의 발견이 민족 계몽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소설 속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형식은 과거의 정혼자였던 영채 대신 형식과 약혼하고, 영채 또한 형식을 잊고 자신의 미래를 위해 일본으로 유학 가기로 결심합니다. 또한 근대 소설 최초로 형식과 영채 선형의 삼각관계를 다루기도 합니다.

 

 
 

무정의 초반은 영채와 선형, 형식의 삼각관계를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기생으로 일하면서도 정절을 지킨 영채, 선형의 가정교사로 그녀와 결혼해 미국으로 유학 갈 것을 꿈꾸는 형식, 자신의 가정교사이자 지적인 형식에게 마음이 가는 선형. 결국 영채는 배 학감에 의해 형식을 떠나게 되고 형식은 영채와 약혼을 하게 됩니다. 다시 평양으로 돌아가던 영채는 기차에서 병욱을 만나 삶의 의지를 다지고 그녀와 함께 일본으로 유학을 가게 됩니다.

 

그리고 이들은 기차에서 우연히 마주하게 됩니다. 이들이 탄 기차는 삼량진에서 수재로 멈추게 되었고, 수재민 구호를 위한 자선 음악회를 열게 됩니다. 단순한 연애 소설이라 생각했는데 갑자기 수재와 음악회라니요. 처음에 이 소설을 읽을 때는 후반부의 이런 전개가 갑작스럽고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작가 이광수가 계몽주의자였다는 점에 주목하면 배움을 통해 민족을 깨우치고자 했던 욕망이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음악회를 연 후의 네 인물은 조선의 열악한 현실을 깨닫고 유학에서 돌아온 후 조선을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다짐합니다.

 

지금까지 춘원 이광수의 소설 무정이 왜 최초의 근대소설인지, 이광수가 꿈꾼 세상이 무엇이었는지 간단하게 살펴보았습니다. 무정을 보다 넓고 깊은 관점에서 감상할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의 글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