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식민지 지식인의 마음을 엿보다!
2021.03.25
+
이지수능교육  국어영역 실장
@효정

이상은 우리나라 근대문학사에서 가장 문제적인 작가 중 한 명입니다. 이상은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인물로 본명은 김해경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본명을 버리고 이상이라는 필명을 쓴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이와 관련해 두 가지 설이 있습니다.

 

당시 총독부 건축 기사로 일하던 인부 중 한 명이 김씨와 이씨를 헷갈려 김상이 아닌 이상으로 불렀다는 것과 학창 시절 친구로부터 오얏나무로 만든 화구상자를 받고 이에 보답하기 위해서 이상으로 이름을 정했다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름의 유래만큼이나 그의 작품들 정체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그가 문학가로 활동한지 100여 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도 관련 논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거울', '권태', '날개' 등을 제외한 나머지 작품들은 고등학교 과정에서 다루지 않습니다. 고등학교 과정에서 배우는 문학 작품들은 해석상의 합의가 이루어진 것들입니다. 누구라도 공감하거나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인 해석이 존재한다는 의미입니다. 이상이 다수의 작품을 발표했음에도 특히 이 세 작품만을 다루는 것을 보면, 아직까지도 그의 작품 해석이 마무리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은 여러 작품 중에서도 수능특강에 실린 '날개'를 중심으로 작가 이상의 삶과 작품 세계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날개'는 이 문장으로 시작됩니다. 가장 인상에 남는 문장이기도 합니다. 이 문장에는 주인공 나’가 의미 없는 행위를 하며 무기력하게 살고 있는 이유가 담겨 있습니다.  소설을 발표한 해는 1936년입니다. 이 시기는 우리나라가 일제의 억압을 받던 시기입니다. 작가 이상은 공부를 많이 했으나 식민지 백성이었기에 사회적으로 자신의 뜻을 펼칠 기회가 제한되어 있었습니다. 다시 소설의 첫 문장으로 돌아가 봅시다. 이런 맥락에서 문장을 해석하면, ‘천재’는 자기 자신 ‘박제’는 뜻을 펼칠 수 없게 하는 현실의 제약을 의미합니다.

 

아는 것이 많고 배운 것이 많고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천재가 자신의 뜻을 펼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홍길동처럼 사회의 부조리를 바꾸기 위해 저항하거나, 무기력한 삶을 이어 가는 것 두 가지 선택지가 있을 것입니다. 주인공 ‘나’는 후자를 선택합니다. ‘나’가 돋보기로 휴지에 장난을 하거나, 아내의 화장품으로 유희하는 장면들은 의미 없는 행위에 불과합니다. 주인공 ‘나’는 결국 거리를 걷다 미쓰꼬시 백화점 옥상까지 올라가게 됩니다. 그는 그곳에서 이렇게 외칩니다.

 

 

비록 무기력하게 살아가지만, ‘나’의 내면에는 한 번 더 자신의 뜻을 펼치고 싶은 욕망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맥락으로 소설을 읽으면 일제강점기를 살아가는 무기력한 지식인의 아픔이라는 주제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상의 날개 이외에도 식민지 지식인의 아픔을 이야기한 소설은 많습니다.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도 작가 박태원의 자전적 소설로 식민지 근대를 살아가는 지식인의 무력감을 의식의 흐름 기법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두 소설을 함께 읽어나, 1930년대 우리나라의 모습을 함께 엮어 생각해 본다면 여러분들의 문학적 지식을 확장하고 역사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