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과 학생, ‘확률과 통계’ 공부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2021.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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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수능교육  수리영역 실장
@한슈타인

ㅣ선택과목... 진짜 선택일까?

2022학년도 수능부터 수학 선택과목 체제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에 발맞춰 서울 주요 대학 및 지방 거점 국공립대 등에서 학과에 따른 필수 선택과목을 지정했습니다. 의대, 치대, 한의대와 수의대, 약대를 비롯한 여러 자연계열 학과에서 ‘미적분’ 혹은 ‘기하’ 과목을 필수 선택과목으로 정한 것입니다. 따라서 자연계열 학생들은 대학별 선택과목을 반드시 확인한 뒤 공부 계획을 짜야 합니다. 선택과목으로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 수험생은 특정 대학과 학과에 지원조차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이공계 대학 선택과목 지정 현황을 보면, ‘미적분’이나 ‘기하’를 반드시 응시하도록 지정한 대학이 벌써 60곳을 넘어섰습니다. 이 때문에 대다수의 이과 학생들이 ‘미적분’과 ‘기하’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확률과 통계’를 등한시하거나, 아예 과목 자체를 접해보지도 않고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수능뿐만 아니라 학교 ‘확률통계’수업 자체가 ‘선택’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공계열 학생들에게 ‘확률과 통계’는 필수 요소입니다. 한정된 표본으로부터 전체의 특성을 추정하거나, 미래 상황의 변화를 예측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 자율 주행 자동차가 특정 데이터를 보고 ‘이것이 정상 상황인지, 돌발 상황 인지’ 최종 판단하는 결정에 통계적 추정이 적용되기도 합니다. 미시 세계의 역학적 상호작용을 확률과 통계로 해석해 거시 세계의 자연법칙을 이끌어 내기도 합니다.

 

이공계열 학생에게 ‘확률과 통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것입니다. 통계학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업적 중 하나인 조건부 확률. 우리는 이를 ‘확률과 통계’ 2단원에서 매우 심드렁하게 배우고 있습니다. 수능 공부 외에 실생활엔 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조건부 확률이 기술과학에서, 그리고 우리의 삶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요?

 

 

 

2차 세계대전 당시 헝가리 수학자 ‘아브라함 왈드(Abraham Wald)’는 항공기 기종별로 생존 가능성을 제안할 수 있는 추천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독일군과 싸우던 연합군 비행기가 살아서 돌아올 확률을 높이기 위해 확률과 통계의 ‘조건부 확률’을 활용한 것이죠. 각 비행기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피격되는지 분석하고 철판 보강 부위를 판단하거나 비행 전술을 변화시킨 것입니다. A라는 상황에서 B라는 사건이 일어날 확률. 이 조건부 확률을 통해 완성된 ‘생존성 제안 시스템’은 아직까지도 전투기 설계의 밑거름이 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이 조건부 확률이 유튜브와 넷플릭스의 알고리즘에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A 영상에 높은 점수를 줬을 때, 이 사람이 B 영상과 C 영상까지 좋아할 확률은 얼마인가?’ 알고리즘은 바로 이 전형적인 조건부 확률을 계산하여, 그 사람이 가장 좋아할 영상들을 화면 전면부에 배치합니다. 대규모 빅데이터까지 동원해 조건부 확률을 시행하는 것이죠.

 

알고리즘의 이런 추천 과정을 ‘이용자 기반 협업 필터링(User-based collaborative filtering)'이라고 부릅니다. 이 밖에도 최첨단 생물, 지구과학, 화학, 물리, 전자전기, 기계 등등의 모든 이공분야에서 ‘확률과 통계’가 제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능에서 필수 과목이 아니란 이유로, 안 해도 되는 학문이라고 생각한다면 정말 큰 오산인 것이죠. 때문에 학교에서 기회가 된다면 반드시 수강할 것을 추천합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막상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꼭 나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선생님, 각 조건마다 어떤 공식을 써야 할지 감이 안 설 때가 많아요’ 그럴 때면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확통 문제는 어떤 공식을 써야 할지 고민하는 순간부터 안 풀리기 시작합니다. 문제를 마주하면 다음 세 가지만 꼭 기억해 주세요. 

 

첫째, 지문이 제시하는 조건을 하나도 놓치지 말고 정확히 파악한다. 

둘째, 각 조건이 한눈에 들어오도록 그림이나 표로 시각화한다. 

셋째, 시각화 한 조건의 시행을 풀이 안에서 실제로 실시한다.

 

실시 와중에 적용되는 공식을 발견한다면, 그때 공식을 적용하면 됩니다. 하지만 특정 공식이 나오지 않는다면 끝까지 손으로 나열해 답을 얻는 경우도 많습니다. 오히려 공식은 부수적인 문제인 것이죠.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올바른 방식'을 ’머릿속 가상 시행‘을 오류 없이 실시할 수 있는가?’이지요. 어떤가요? ‘확률과 통계’에 대한 호기심이 솟구치지 않나요? 만약 ‘확률과 통계’를 공부하다가 모르는 것이 생길 땐 주저 없이 이지수능교육을 찾아주세요. 아낌없는 지원과 도움을 약속드립니다.